"바다에서 구조는 우리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 해양인신문
- 8월 26일
- 2분 분량

우리는 종종 바다를 풍경으로 기억합니다. 푸른 수평선 너머 펼쳐지는 고요한 바다, 휴식을 선사하는 여행지로서의 바다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바라보는 바다는 조금 다릅니다. 바다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의 경계선에서 수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면 아래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민간 해양구조대원들입니다.
해양구조는 ‘누군가의 일이 아닌 모두의 책임’입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2013년, 바다에서의 안전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그 시작은 조용했고 여건은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양안전을 위한다는 단 하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모였고, 지난 12년 동안 전국 각지에 민간해양구조대를 조직하고 훈련하며 수많은 해양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해왔습니다. 정부의 지원없이 순수한 우리들의 열정으로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연평균 수백 건에 달하는 해양사고 중에는 고립된 낚시객, 전복된 어선, 해안가에 표류하는 레저객 등 다양한 형태의 위급 상황이 존재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구조세력은 해양경찰과 함께 지역 해양구조대원입니다. 민간구조대원들은 해양경찰과의 공조 아래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동 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안전의 최전선입니다.
지원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많은 민간 해양구조대원들이 본업을 가진 채로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비는 개인용으로 사용하고 교육을 받을 여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조활동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도 민간의 실질적 활동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해양구조대원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고 누군가의 가족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출동합니다. 그들의 활동은 매뉴얼이 아닌 지역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능감, 그리고 책임감과 사명감에서 비롯됩니다. 이것이 바로 민간 해양구조의 본질입니다.
해양구조의 미래는 ‘국민적 공감’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닙니다. 국가 구조활동과 더불어 민간 구조활동이 지속 가능하려면 제도적 정비와 국민적 지지가 절실합니다.
민간 해양구조대에 대한 예산 확보와 구조장비 지원, 전국 단위의 고도화된 훈련 시스템 구축, 청소년 및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해양안전 교육 확대, 법령 내 민간 구조 활동의 실질적 보장 등 해양에서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관심 및 제도적 뒷받침은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더욱 구체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해양 구조는 몇몇 사람들의 헌신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민 누구나 해양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비ㆍ대응을 이해하며, 나아가 해양구조 활동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민간해양구조대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해양경찰과 한국해양구조협회는 2025년 1월 3일, ‘해양재난구조대’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해양재난구조대는 기존 민간 해양구조대에서 체계적인 긴급 대응역량 강화는 물론 공공성,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이에 한국해양구조협회는 「해양재난구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 규정에 따라 해양재난구조대에 대한 관리ㆍ지원 및 교육ㆍ훈련을 더욱 공고히 하여 해양경찰과 함께 민간해양구조 역량을 극대화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바다에서 구조는 선택이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약속입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해양재난구조대와 더불어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구조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활동일지라도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가족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 ‘구조’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향한 의무와 사명감의 표현입니다. 그 의무와 사명감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더 많은 이들이 구조의 의미에 공감할 때, 민간해양구조의 영역은 더욱 공고해 질것입니다.
세계적인 추세와 사례에서 보듯
바다의 안전은 국가의 울타리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습니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늘 그래왔듯 민간 영역에서 해양구조의 일익을 담당하겠습니다
국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해양에서의 인명구조
그것이 한국해양구조협회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2025. 08. 26
한국해양구조협회 사무총장 이 강 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