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제주해녀구조단
- 해양인신문
- 9월 3일
- 1분 분량
바다를 삶으로 살아온 이들 구조 현장에 서다

4월 16일(수) 제주해양경찰서에서 전국 최초의 해녀구조단 발대식이 열렸다. 당초 100명 모집을 계획했으나 제주 각지 어촌계에서 구조 활동의 의미에 공감한 해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최종 176명의 해녀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조직 출범을 넘어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들이 구조의 주체로 나서는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구조단은 해양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력을 높이고 해녀들이 가진 수중 감각과 지형 이해도를 실전 구조에 활용하기 위해 제주도 내 56개 어촌계 중 16개 어촌계가 1차로 참여해 기존의 자원봉사 수준을 넘어 공식
해양재난구조대원으로 편입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범 이후 해녀구조단은 단순한 상징적 조직에 그치지 않고 수중 정화 활동, 구조 훈련, 응급처치 및 CPR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바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로서 실질적인 구조 능력과 상황
대응력을 꾸준히 키워가며 제주 연안 안전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해녀구조단 주역들을 만나다
제주해녀구조단 출범 이후 기자는 해녀들을 만나 구조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그들의 구조 활동에 대한 생각은 누구보다 분명했다.
“예전엔 물질만 했다. 근데 이제는 사람도 건져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해녀는 구조단 가입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카가 타던 배가 서귀포 앞바다에서 뒤집혔다. 구조가 늦어져서 결국 못 건졌다. 그 현장 가서 직접 보고 느꼈다.’ 그러면서 그녀는 처음엔 나이가 많아 망설였지만 ‘나도 아직 할 수 있다’며 자청해 참여했다고 한다.
“예전엔 바다에서 사람 빠지면 그냥 놀라기만 했지, 우리가 구조를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 근데 이젠 달라졌다. 훈련도 받고 응급처치도 배우고 누가 실종됐다 하면 우리도 같이 찾는다.”
해녀들이 말하는 구조단 활동은 단순한 사고 수색이 아니었다. 평소 자신들이 물질하는 구역에서 실종자가 발생하면 ‘일을 멈추고 같이 찾는다’, ‘시체를 처음 보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한 해녀는 “우리는 시야도 안 보이고, 물도 차고, 무섭지 않냐고 하는데… 바다가 무섭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사람 하나 살릴 수 있다면 같이 가는거다.”
해녀들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혼자는 못 한다. 여럿이 함께 움직일 때 서로 믿고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이런 게 있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게 돼서 기쁘다.”
해녀 구조단은 단지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바다를 삶으로 살아온 이들이 생명까지 품게 된 새로운 공동체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제주 바다에서 울리는 또 하나의 경고음이자 구조의 희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