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부탁海] 산불, 결국 바다까지 태운다
- 해양인신문
- 1일 전
- 3분 분량
대형 산불 바다 생태계와 해양 환경을 위협하다
산불은 보통 ‘산림’만의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산불의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깊숙이 퍼져나간다. 그 끝은 바로 ‘바다’다. 바다를 병들게 하는 또 하나의 재앙, 산불의 또 다른 얼굴을 들여다본다.

산에서 시작된 재앙 바다로 흘러들다
산불은 대부분 산림 지역에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산불이 산에서만 머무는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불길이 사그라든 이후에도 산불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바로 ‘빗물’과 ‘바람’을 타고 강과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드는 것이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토양은 불에 타면서 보호층이 사라지고 비가 내릴 경우 쉽게 무너져 내린다. 특히 산불 지역에 남아있는 ‘재’, ‘검댕이’, ‘중금속’, ‘유해 화학물질’ 등이 그대로 빗물에 씻겨 내려가게 된다. 이 물질들은 강과 하천을 타고 흘러 바다로 유입된다.
즉 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토양 파괴 → 빗물 유입 → 하천 오염 → 해양 유입’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해양환경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과 바다가 가까운 지형일수록 이 과정은 더욱 빠르고 직접적이다. 동해안이나 남해안 지역은 산불이 발생하면 불과 며칠 만에 그 재와 오염물질이 바다까지 도달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해양오염, 그것이 산불의 진짜 두번째 재앙이다.
해양 생태계 조용히 병들어간다
바다는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산불로 인해 대량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이 자연 정화 능력을 넘어선 위협요인이 된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플랑크톤’이다.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 최하단에 있는 플랑크톤은 수질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산불 이후 강과 바다로 유입된 유기물질은 해수 내 질소와 인 농도를 급격히 높여 플랑크톤이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이상현상을 일으킨다.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이를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 갑각류, 조개류 등도 피해를 입게 되고 이는 결국 상위 생물인 어류, 포유류까지 연결된다.
또한 산불 재 속에는 중금속과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체에 축적될 수 있다. 이는 어패류 폐사, 이상 번식, 성장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사람이 섭취하는 해산물까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적조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산불 이후 흘러내려온 영양염류는 특정 해양 미생물의 과다 번식을 촉진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적조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바다 생태계는 산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 바다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산불의 영향이 바다에까지 미친 사례가 있다.
2025년 3월, 경북 영덕, 울진, 의성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그 피해 범위가 해안가 바로 앞까지 확장되었다. 특히 영덕지역에서는 산불을 피해 방파제로 대피한 주민들이 구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안가 근처까지 타들어간 산림, 하천에 쌓인 재 등은 산불이 단순한 산림 재난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산불 피해는 직접적으로 어업 종사자와 해양 관광업에까지 여파를 미치게 된다.
우리는 이미 바다 바로 앞까지 산불의 그림자가 다가온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호주·미국 산불 사례가 보여준 해양 재난 경고
세계적으로 산불이 해양환경에 미친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 ‘블랙 서머’ 산불이다.
2019-2020년 호주 전역을 태운 이 산불은 약 1,860만 헥타르의 산림을 소실시켰고, 이 과정에서 강과 바다로 유입된 오염물질은 막대한 해양피해를 남겼다.
호주 해양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산불 직후 일부 강과 바다에서는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발생했다. 산불 재와 영양염류, 오염물질이 동시에 쏟아져 들어가면서 바닷속 산소 농도가 급감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역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적조 발생 증가, 연안생물 다양성 감소, 어획량 급감 등이 보고되었다.
이처럼 산불 피해 복구에 있어 ‘바다’는 이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산불 이후 바다를 위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산불 복구 방식은 대부분 산림 복구와 인프라 정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해양환경 관리가 산불 복구의 핵심 단계로 포함 되어야 한다.
산불 이후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하천·연안 지역 재 유입 방지 작업
2. 해양 쓰레기 및 오염물 제거 활동
3. 수질 오염 모니터링 강화
4. 바다 생태계 복원 사업 추진
5. 어민 피해 보상 및 지원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과 바다가 가까운 지형에서는 ‘산불 → 하천 → 바다’로 이어지는 재난 흐름을 표준 매뉴얼화하고, 민·관·군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이제 산불 복구는 바다를 지키는 노력까지 이어져야 진짜 완성된 복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산불이후 바다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